소개
스토브리그(Stove League)의 의미
야구가 끝난 비시즌 시기에 팀 전력 보강을 위해
선수영입과 연봉협상에 나서는 것을 지칭한다.
시즌이 끝난 후 팬들이 난롯가에 둘러앉아
선수들의 연봉 협상이나 트레이드 등에 관해 입씨름을 벌이는 데서 비롯된 말이다.
1. 야구 드라마다.
프로야구 경제적 효과 2조원, 프로야구 관중 800만 시대,
역동적인 그라운드, 진한 땀 냄새에 열광하는
프로야구 팬들의 취향 저격하는 이야기.
2. 야구 드라마 같은 오피스 드라마다.
선수가 아닌 단장을 비롯한 프런트들의 이야기다.
프로 스포츠의 조연인 프런트를 쫓아가는
이 드라마는 사실 그들이 단순 그림자가 아닌
겨울 시즌의 또 다른 주인공임을 보여줄 것이다.
3. 오피스물 같은 전쟁 드라마다.
패배가 익숙하고 썩어 들어가는 팀을 성장시키는 과정은
결코 익숙한, 아름다운 성장드라마가 아니다.
썩은 것을 도려내기 위해 악랄해지고 진흙탕을 뒹구는
추악하고 치열한 싸움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오늘만 사는 듯 싸워나가는 주인공에 눈살이 찌푸려져도
‘약자이면서도 관성에 저항하는 악귀’를
지켜볼 수밖에 없고 응원하게 되기를 바라며.
4. 전쟁물 같은 휴먼 성장드라마다.
프로스포츠는 가혹하다.
꼴찌 팀은 그들이 꼴찌라는 것을 전 국민이 알 수 있다.
그 팀의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팀을 응원한다는 이유만으로
어깨가 처지고 말수가 줄어드는 경험을 해봤는가.
처음부터 꼴찌였던, 벗어나려 발버둥을 쳐도 꼴찌였던 이들은
꼴찌에서 2등만 해도 웃을 수 있다.
불가피하게 어딘가 존재하는 꼴찌들이
기죽지 않는 판타지를 꿈꾸며 이 이야기를 쓰고 있다.
감상평
나는 개인적으로 야구를 잘 모르며,
태어나서 야구장도 딱 한 번 끌려가 본 야. 알. 못이다.
야구에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지 못할 정도로 재미있다던데,
나는 아직 그 매력에 빠지지 못해서 <스토브 리그> 또한
재미가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보게 되었다.
그런데 웬걸, 이 드라마는 야구를 몰라도 엄청 재미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성격에 무덤덤한 성향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예의 바르고 솔직해서 차가워 보이기까지 하다.
우승, 해체, 우승, 해체 그의 경력은 마치
팀 해체 전문가처럼 보인다.
사실 알고 보면 어머니 걱정하시지 않게 매끼니 마다 먹는 것 사진을 찍어 보내는 다정함에,
철저한 분석과 계산을 하는 냉철함
그리고 부조리에 막아서는 이타적인 사람이다.
우승을 목표로 하는 우승 청부사 백승수(남궁민) 단장이다.
만년 꼴찌 ‘드림즈’
모든 선수들이 무시하는 힘없는 감독,
파벌싸움하는 코치진,
일진 놀이하는 선수들
어느새 소속이 부끄러워진 선수들은 팬들이 아유를 보내도 킥킥거리며 웃어버리는
아주 가관인 팀이다.
그런데 이런 팀을 데리고 우승을 해야 한다니 정말 가능할까 싶다.
그래도 온 힘을 다해 드림즈를 생각하는 운영팀장 이세영(박은빈)과
몇몇 직원들이 있어서 아직 버티고 있다.
그런데 단장으로 부임하자마자
국가대표 외야수에, 국가대표 5번 타자인 임동규(조한선)를 트레이드하겠다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백승수를
처음엔 다들 의심의 눈초리로 보았지만
모두 철저한 분석으로 나온 결과였고,
임동규의 거친 저항과 모두의 반대에도
계속 정확한 분석과 논리로 일을 해간다.
처음에 의심했던 야구단 모두들
계속 우승을 향해 가는 백승수의 길을 나중엔 모두 함께
도우면서 열심히 우승을 향해 간다.
구단주라고 생각하라는 구단주 조카는
야구단을 운영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본사로부터 지령을 받고 와서는 운영을 못 하게 괴롭히다가
정작 중요할 때는 도와주기도 하고
말이 구단주 조카지 회장님이랑 사촌 동생 뒤치다꺼리 전문이다.
못된 큰아버지는 조카를 개처럼 부려먹고
못난 사촌 동생은 사촌 형을 동네 강아지 보 듯하다.
그러니 애가 삐뚤어 질수밖에.
능력 있는 사람을 잘 쓰는 것도 윗사람의 능력일 텐데
그걸 이용만 해먹는 그 밑에서 오래 버텼다.
볼수록 짠한 구단주 조카 권경민(오정세)이다.
같은 편인 줄 알았는데 진짜 적폐는 내부에 있었다.
스카우트팀 팀장 고세혁(이준혁).
같은 야구단 사람들과 선수들도 잘 다독이고
좋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돈 먹는 비리를 저지르는 적폐.
어딜 가나 이런 사람 꼭 있다.
물론 처음부터 나쁜 사람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가, 현실이 어려워서 그리고 욕심 때문에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계속 앙심을 품고 못되게 굴면 안되지.
실력이 곧 몸값인 운동선수들에게 연봉협상은 예민한 부분일 것이다.
운동을 하다 보니 몸이 많이 상하는데
몸 자체가 그들의 재산이고,
선수 생명이 보통 일하는 사람에 비해서 짧으니
선수로 활동할 때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그런데 본사에서 연봉을 삭감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팀 해체를 하고 싶으면 그냥 시키지
왜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건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욕심 많은 사람들 때문에 착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만 항상 피해를 본다.
열심히 일한 만큼 돈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본다.
항상 혼자라고 생각하고 늘 외로운 길을 홀로 걷던 백승수에게
이세영과 드림즈 야구단의 팀원들은
함께 할 수 있고, 같이 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어떤 희망적인 한줄기의 빛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가 드림즈의 단장이 아니고 다른 곳으로 가더라도
이제 다시 행복해질 수 있다는 그런 희망.
인생 혼자 사는 것 같아도
옆을 돌아 보면 늘 옆에 누군가 있다.
<스토브 리그>를 보면서 야구에 대한 흥미가 생겼다.
야구는 한번 팀을 정하면 거의 죽을 때까지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연고에 대한 애착과 팀에 대한 애착이 함께 이루어져 드림즈처럼 만년 꼴찌를 해도
해마다 올해 1승은 하자는 마음으로 응원을 하게 된다는 묘한 스포츠다.
맥주에 치킨이나 햄버거 등 맛난 음식과 함께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
온 가족이 응원하는 팀의 옷을 맞춰 입으며 응원가를 부를 수 있다는 점,
계속 지고 있다가도 한방에 역전을 할 수 있어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야구는 그런 매력을 가진 스포츠인 것 같다.
남궁민 배우 원래도 좋아하지만 <스토브 리그>를 보면서
다시 한번 그의 캐릭터 분석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말투와 눈빛 너무 백승수 그 자체였던 것 같다.
연기도 연기지만 시선을 끄는 엄청난 힘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스토브 리그>같은 시절이 있지 않나,
다들 잘 이겨 내고 잘 버텨 내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