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개
당신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은 언제입니까?
386세대도 88만 원 세대도 아닌,
그래도 아직은 기성세대로는 불리고 싶지 않은 한 여자가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다는 1971년생. 성덕선.
덕선이 열여덟이던 1988년, 건국 이래 최고의 행사인 ‘서울 올림픽’이 열렸고
학력고사를 치르던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대학에 입학하던 1990년,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시작됐다.
누구에게나 내가 살아온 시대는 특별하기에 그날들을 선명히 기억한다.
월급날 아버지가 사오던 누런 통닭 봉투.
이불 깊숙이 아버지의 밥공기를 넣어 놓던 어머니.
온 가족이 도란도란 모여 앉아 보던 ‘한 지붕 세 가족’
앞집, 옆집, 뒷집 너나없이 나누고 살았던 골목 이웃들을 기억한다.
지나온 추억은 아련히 떠올라 밤잠을 뒤척이게 하고 오늘을 살아가는 발판이 된다.
<응답하라 1988>은, 우리가 보낸 시간에 관한 이야기이며
그 시절 청춘을 보낸, 그리고 지금의 청춘들에 보내는 위로와 격려다.
현재를 살아가고, 견디며, 잘 지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연가,
계절의 봄처럼 짧았고 청춘처럼 찰나로 지나간 그 시절로의 여행을 떠날 것이다.
감상평
<응답하라 1988>은 어린 시절 추억여행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서울시 도봉구 쌍문동. 다른 사람들은 생소할지 모르겠지만 정말 서울시 도봉구 쌍문동 태생인 나에게는 너무 익숙하고 정겨운 동네이다. 나는 실제로 브라질 떡볶이를 먹고 자란 세대인데, (물론 나의 학창 시절 때는 브라질 떡볶이 보다 그 윗라인에 있는 파란 하늘이나 호박넝쿨, 호호분식 등을 더 많이 갔었다.) 브라질 떡볶이가 동네에서 유명하긴 했다. 그래서 응답하라 1988이 정보수집과 현실 반영 참 잘한 것 같고, 오렌지주스 물병에 밥 짓는 곤로, 연탄불 등 작은 디테일 하나 놓치지 않아서 보는 내내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작품이다.
이 시절은 참, 정말 대문을 열어놓고 살았던 것 같다. 이집 저 집 다니면서 동네 원두막에서 생일잔치를 하고 다 같이 놀러 다니고, 모여서 김장을 하고, 부모님이 부재중일 땐 옆집에 맡겨지곤 했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지금과는 다르게 참 온 동네가 정답게 살았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작품을 보면서 어린 시절이 떠오르면서 그리움과 함께 이웃과 단절되어 있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도 느껴진다.
지금은 미세먼지 투성이인 하늘에 잘 보이지 않는 무지개도 그시절에는 비가 오고 나면 항상 하늘에 떠있었다.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가 있었던 나이였고, 운 좋으면 쌍무지개도 볼 수 있었던 하늘이 맑던 시절이었다. 워크맨으로 음악을 들으며 자기 전에 라디오를 듣고 엽서 예쁘게 사연을 꾸며 보내고 좋아하는 가수가 게스트로 나오기를 기다렸다. 햄버거가 먹고 싶거나 영화를 보려면 차를 타고 나가야 했고 마트보다 시장이 가깝던, 한 달에 한 번은 꼭 목욕탕에 가서 때를 벗기고 바나나 우유를 먹는 등 글을 쓰고 있는 이 와중에도 그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응답하라 1988> 이 작품의 힘은 이런 것이 아닐까. 작품을 보면서 떠오르는 추억과 그 시절의 메시지를 우리에게 주는 것 같다. 추억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우리로 하여금 느끼게 해 주는 것 같다.
물론 이 작품의 재미는 시간 여행뿐 아니라 주인공 소꿉친구 5인방이 주는 설레이는 첫사랑의 추억도 한몫할 것이고, 덕선이(혜리) 미래의 남편 맞추기도 아주 흥미로운 부분이다. 실제로 나 포함 많은 사람들이 덕선이의 남편을 맞추지 못했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아주 반전적인 부분이었다.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정봉이(안재홍)의 먹방과 러브스토리도, 쌍문동 치타아줌마와 엄마들의 도란도란한 재미도, 쌍문동 부부들의 케미도 응답하라 1988의 아주 중요하고 재미있는 부분들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있던 시절. 그리운 시절이 아닐 수 없다.
생각해 보니 저때는 통닭이 왜 그렇게 맛있었는지. 지금 현재 정말 많은 치킨 브랜드들이 정말 많은 맛있는 메뉴들을 앞다퉈 내놓고 있지만, 어린시절 정말 맛있었던 건 시장에서 방금 튀긴 따끈한 통닭이었다. 뭐든 흔해진 지금과는 다르게 아빠 월급날만 기다리며 통닭 먹는 날을 기다렸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날에 레스토랑에 가서 먹는 돈가스는 분식집에서 먹을 수 있는 지금과는 다르게 정말 고급 외식 음식이었는데 이렇게 흔한 음식이 될 거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 했었던 것 같다.
응답하라 1988은 어린시절에 대한 그리움도, 현재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느끼게 해주는, 이제는 너무 그리워진 누구나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추억여행이며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