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이나엘(서예지)은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모든 것을 빼앗긴 후 복수심 하나만으로 살아온 여자다.
그녀의 부모는 대기업과 정치권의 결탁으로 인해 무너졌고,
나엘은 철저하게 계획된 삶을 살아가며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복수를 준비한다.
그녀의 첫 번째 목표는 강윤겸(박병은).
그는 대한민국 최고의 재벌 그룹 회장으로, 완벽한 가정과 명성을 가진 남자다.
나엘은 그를 유혹하고, 그의 삶을 천천히 무너뜨리는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하지만 감정의 균열은 생각보다 일찍 찾아온다.
서로가 단순한 도구로 시작했던 관계는 점차 엇갈리고, 예기치 못한 감정이 복수의 판을 뒤흔들게 된다.
윤겸의 아내인 한소라(유선)는 정치권력자의 딸로,
다 가져야 하는 여자다.
남편과 가정을 집착적으로 지키려 하는 인물.
점점 윤겸의 변화에 위기감을 느끼고, 나엘을 의심하며 위험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다.
감상평
내가 처음 <이브>를 보기 시작했을 때,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복수극’, ‘멜로드라마’, ‘치정극’이라는 키워드들이 어쩐지 진부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 몇 회 만에 나는, 이 드라마가 생각보다 훨씬 더 강렬하고 치밀하며,
무엇보다 여성의 감정과 복수의 본질을 낱낱이 파헤친다는 점에서 특별한 작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나엘(서예지)은 단순한 ‘복수의 화신’이 아니다.
그녀는 너무나도 인간적인 고통을 겪었고, 그 고통의 끝에서 스스로를 다시 빚어낸 여자다.
어릴 적, 부모가 권력과 자본의 결탁 아래 무너지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보며,
그녀는 절망을 넘어 냉정하게 세상을 응시하게 된다.
이복수는 계획적이지만 동시에 처절하고, 우아하면서도 날카롭다.
그녀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어떤 서사를 담고 있다.
그녀는 복수의 주체가 되었고, 피해자가 아닌 능동적 선택을 하는 인물로 다시 태어난다.
드라마는 ‘윤겸을 사랑했는가, 복수의 도구로 삼았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에 놓고 전개된다.
그리고 그 질문은 쉽게 답해지지 않는다.
감정은 언제나 계획을 흔든다.
특히 사랑이라는 감정은, 복수보다도 더 예측 불가능한 것이다.
이 드라마의 진짜 매력은 바로 그 흔들리는 감정의 미세한 떨림을 따라가는 데 있다.
이 드라마를 보며 나는 비로소 ‘복수극도 여성 중심이면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를 실감했다.
전통적인 남성 복수극이 폭력과 액션으로 감정을 분출했다면,
<이브>는 감정의 축적과, 정교한 계획, 그리고 무너져가는 인간의 내면에 초점을 맞춘다.
말보다 눈빛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하는 서예지의 연기는, 섬세하면서도 압도적이다.
물론, <이브>는 현실성보다는 드라마틱한 판타지에 가깝다.
때로는 과장된 전개나 지나치게 극단적인 캐릭터 설정이 몰입을 방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이 작품은 한 여자의 절박하고도 찬란한 ‘복수의 여정’을 끝까지 응시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여기에서 또 중요한 부분이 서은평(이상엽)은 은혜를 갚기 위해서 돕는 것일까
아니면 이나엘을 사랑하게 된 것일까 마지막까지 의문이었다.
나만 느끼지 못한 감정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이브>는 복수 그 자체보다는, 복수를 통해 스스로를 회복해나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다.
그녀는 상처를 딛고 스스로의 인생을 다시 설계한다.
타인을 무너뜨리는 복수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자신의 삶을 되찾는 복수이기도 했다.
자신의 복수를 위해서 인생을 통째로 던지는 사람, 용감한 걸까 무모한 걸까,
하지만 중요한 건 결국 그녀는 자신의 삶을 찾아갔다는 것이다.
“사랑은 도구였을까, 흔들린 진심이었을까. 하지만 분명한 건, 그녀는 약하지 않았다는 것.”
이브는 단지 복수극이 아니다. 한 여자의 정교한 서사이며, 조용하지만 치명적인 승리의 기록이다.
<이브>의 핵심 포인트는
사랑과 복수, 권력과 욕망이 얽힌 치정극이면서
아름답고 치밀한 여주인공이 중심이 되는 강한 여성 중심 서사로
캐릭터마다 감정선이 복잡하게 얽힌 파국의 전개가 점점 흥미롭다.
고급스럽고 미스터리한 연출로 몰입감 있는 분위기가 있는데,
너무 과장되어 있는 전개와 극단적인 캐릭터 설정으로 살짝 다른 세상 이야기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막장 드라마 좋아한다면 배우들의 연기는 일품이니 한번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