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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이 여자는 도대체 어떤 인생을 산 것일까/ 이선균 김민희 조성하 미스터리 영화 추천 리뷰

by 꿀영구 2025. 4. 25.

출처:화차

소개

결혼 한 달 전, 부모님 댁에 내려가던 중 휴게소에 들른 문호와 선영.

커피를 사러 갔다 온 문호를 기다리고 있는 건 문이 열린 채 공회전 중인 차 뿐이다.

꺼져있는 휴대폰, 흔적도 없이 그녀가 사라졌다.

그녀를 찾기 위해 전직 강력계 형사인 사촌 형 종근에게 도움을 청한 문호.

하지만 가족도 친구도 없는 그녀의 모든 것은 가짜다.

실종 당일, 은행잔고를 모두 인출하고 살던 집의 지문까지 지워버린 선영의 범상치 않은 행적에

단순 실종사건이 아님을 직감하는 종근은 그녀가 살인사건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아낸다.

그녀는 과연 누구였을까? 그녀의 정체에 다가갈수록 점점 더 충격적인 진실들이 밝혀지기 시작 하는데…

 

감상평

그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약혼자와 결혼을 한 달 앞두고, 시댁에 인사드리러 가던 중 
예비신랑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차 한 잔 사러 나간 것이 마지막이었다. 

영화 〈화차〉는 그렇게 시작된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사라진 한 사람, 
그리고 그 빈자리를 따라가다 마주하게 되는 진실들. 
이 작품은 단순한 실종 미스터리가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었던 사람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모르고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해 되묻는, 깊고도 서늘한 이야기다.
그리고 한 인간이 생존을 위해 선택해야 했던 극단적인 탈출의 서사다.

문호(이선균)는 약혼녀 선영(김민희 분)의 실종 이후, 
그녀를 찾아 나서며 믿고 있던 모든 것을 하나씩 잃어간다. 
그녀의 이름, 그녀의 과거, 그녀의 가족 그 어느 것 하나 사실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리고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드러나는 것은 단순한 거짓말이 아니다.
선영의 흔적을 찾아가면서 문호는 도대체 내가 사랑한 여자는 누구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진다.

김민희는 이 영화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남긴다. 
얼굴 한 번 제대로 드러내지 않고도 그녀는 전편에 걸쳐 강하게 관객을 지배한다. 
그녀의 실종은 단지 시작일 뿐이고, 
그 이후로 이어지는 그녀의 흔적들은 점점 더 어두운 진실로 이어진다. 
그녀는 왜 도망쳤는가. 누구에게서, 혹은 무엇으로부터?

〈화차〉의 매력은 바로 이 ‘왜’에 있다. 
추적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저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헤매는 한 남자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이름을 지우고 또 다른 이름으로 살아야 했던 여성의 고단한 현실이 있다. 
사채업자로부터 쫓기는 신세, 신용불량자라는 낙인, 가족으로부터의 단절, 사회로부터의 무관심. 
그리고 그러한 현실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그녀의 선택은, 
단지 범죄자로 치부할 수 없을 만큼 절박하고 복잡하다.

보는 내내 아빠가 사채를 쓰지 않았더라면,
엄마랑 시설에서 잘 살았더라면,
 처음 결혼했을 때 남편과 잘 살았더라면,
이렇게 잘 살았더라면 이런 식의 생각이 계속 들었다. 
사실 살인자의 편에서 얘기하기는 좀 이상하지만
여기에서 강선영이자 차경선인 사람이 남의 인생을 뺏을 수밖에 없는 것을 생각하면
이성적인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면서도, 
어느 순간 그 역시 그녀의 삶에 감정적으로 이입되고 만다.

문호가 사촌 형 종근(조성하)와 선영을 찾으러 다니면서 
선영이 선영이 아니라 최경선(김민희)인 것을 알아내고,
점점 추적해 가면서 어떤 감정이 들었을까,
결혼까지 하려고 했던 사랑했던 여자인데
앞으로 다른 사람을 믿을 수 있을까 
정말 정신이 멀쩡하지 않을 것 같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범인을 찾고 끝나는 단순한 수사 극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영화는 인물들의 선택과 상처를 깊이 있게 따라가며, 
관객이 자연스럽게 그들의 입장이 되어보도록 유도한다. 
누군가의 실종은 곧 사회로부터 지워진 이들의 이야기이며, 
법과 질서의 그림자에 가려진 인간의 사연이기도 하다.

〈화차〉라는 제목은 ‘불타는 수레’라는 뜻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지옥을 향한 수레, 욕망과 고통이 불타오르는 인생의 은유다. 
영화 속 선영은 그 수레 위에 앉아 있었는지도 모른다. 
뜨겁게 불타는 현실을 견디기 위해, 스스로 이름을 버리고 존재를 숨겨야만 했던 그녀. 
그렇기에 이 영화는 단지 ‘실종된 여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소멸당한 여자’의 이야기이며, 
우리의 사회가 외면했던 수많은 이들의 이야기다.

행복해지고 싶었다는 여자,
행복해질 수 있었을 줄 알았다는 여자,
잘못된 줄 알면서도 해야 했던 여자,
그저 살고 싶었던 여자,
너무도 슬픈 이야기다.
그래도 죽은 사람들의 억울함을 그걸로 대신할 순 없겠지만 말이다.

영화의 결말은 어떤 식의 해답도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은 질문을 남긴다. 그건 어쩌면 감독의 의도일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의 무수한 ‘화차’들이 지금도 어디선가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들이 사라진 이유가 단지 ‘도망’이 아닌 ‘생존’이었다는 진실을 잊지 않게 하려는 것.

〈화차〉는 범죄 영화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한국 사회의 그림자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드라마다. 
그리고 이 영화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는 진정 알고 있는가, 우리가 사랑했던 그 사람을,
진정 알고 있는지에 대해서 묻는다.

나는 개인적으로 김민희라는 배우의 연기 인생이
<화차> 전과 후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화차> 전 그녀가 하이틴 스타였다면, <화차> 후는 김민희라는 배우로 각인된 것 같다. 
그만큼 이 영화에서 김민희의 존재는 압도적이다. 
특히 살인을 저지르고 난 후처럼 예측되는 김민희의 연기는 
보는 내가 소름이 돋고 동공이 확장되는 기분이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미스터리나 호러 장르를 무서워해서 선호하는 편은 아닌데,
<화차>는 정말 몰입해서 보았다.  
그만큼 한 장면 한 장면이 긴장감이 흐르면서 압도적이고 
놓칠 수 없게 만들어진 것 같다. 
한 번쯤은 꼭 봐도 좋을 영화
<화차>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