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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영화

[구미호뎐] 이렇게 잘생긴 남자 구미호라니 간 빼줘야 하나 / 이동욱 조보아 김범 판타지 로맨스 한국 드라마 추천 리뷰

by 꿀영구 2025. 5. 26.

소개

 

도시에 정착한 구미호와 그를 쫓는 프로듀서의 판타지액션로맨스

감상평

 

우리나라에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전설이 있다. 
구미호는 산속에서 인간의 간을 먹으며 살아간다는 무서운 이야기.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 전설을 완전히 뒤집는다. 
구미호는 더 이상 무서운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감정을 가진, 외롭고 애틋한 존재로 재해석된다. 
드라마 〈구미호뎐〉은 바로 그 외롭고 애틋한 잘생기 구미호의 사랑이야기 이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낯익지만 동시에 차갑고 복잡하다. 
누구 하나 눈 맞추지 않고 바쁘게 스쳐가는 거리, 
의미 없이 켜졌다 꺼지는 수많은 불빛 사이에서, 
한 존재가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다. 
수천 년 전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도 끝내 떠나지 못한 구미호가 
인간의 세상에서 홀로 남아, 인간들의 문제를 해결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아닌 존재가 인간보다 더 깊이 사랑하고, 
더 오래 기다린다는 설정은 처음부터 묘한 울림을 준다.

이야기의 핵심은 하나의 사랑이다. 
오래전 죽음을 맞이한 연인을 끝까지 포기하지 못하고, 
다시 태어나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구미호의 이야기. 
그 사랑은 기억이라는 실마리로 점점 실체를 드러낸다. 
현대를 살아가는 한 PD가 자신의 기억 속에서 어렴풋이 남아 있는 어떤 사건을 쫓기 시작하면서, 
잊혀졌던 인연은 다시 서로를 향해 나아간다.

드라마는 회차를 거듭할수록 판타지의 겉옷을 입은 사랑과 슬픔의 본질을 보여준다. 
사랑은 시간을 이긴다. 
죽음을 넘어 이어지고, 세상이 달라져도 다시 이어진다. 
하지만 그만큼 고통도 깊어진다. 
수천 년을 살아온 구미호는 수많은 인간의 삶과 죽음을 지켜보며 살아왔다. 
끝이 있는 존재들과 달리 끝이 없는 삶을 가진 그는, 
살아남는 자의 외로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일까. 사랑을 다시 찾았을 때 그는 더 이상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 하지만, 
그 감정은 거스를 수 없는 운명처럼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온다.

드라마 속 사랑은 절박하다. 
상대를 잃을까 두려워하는 마음, 
이미 한 번 겪은 이별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는 간절함,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주하게 되는 운명. 
이 모든 감정들이 화면 안에서 촘촘히 엮여 있다. 
단순히 다시 만나는 것을 넘어서, 다시는 놓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서로를 지키기 위해 끝없이 싸우고 흔들린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서로의 상처, 선택, 
용서의 순간들은 판타지라는 장르를 넘어 진짜 삶에 가까운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사랑 이야기 외에도 이 드라마는 
‘가족’이라는 키워드를 무겁고도 따뜻하게 그려낸다. 
피를 나눈 형제지만 상처를 주고받은 관계, 
그럼에도 마음 한편에 남은 미안함과 그리움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다. 
오해와 원망으로 엇갈린 시간들 속에서, 
결국엔 서로를 향한 애정이 남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장면에서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다. 
사랑보다 오래 남는 감정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가족에 대한 마음일지도 모른다.

〈구미호뎐〉은 단순히 퇴마와 환생이라는 소재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그 안에는 살아간다는 것, 기다린다는 것, 
그리고 지킨다는 것의 의미가 촘촘히 녹아 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결국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 ‘이별, 상실, 그리고 잊힘‘ 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문득문득 생각하게 된다. 
나도 누군가를 그렇게 기다릴 수 있을까. 
아니, 누군가 나를 그토록 오랜 시간 기억해 줄 수 있을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 때론 기적처럼 다가오는 이유는, 
바로 그 불확실함 속에서도 서로를 향해 마음을 내미는 용기 때문이 아닐까.

결국 이 드라마는 전설을 빌려 인간의 이야기를 한다. 
외롭지만 애쓰며 살아가는 존재들,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믿음 하나로 오늘을 견디는 마음들, 
그리고 사랑 앞에서 서툴고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 
어쩌면 우리가 오래된 전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안에서 어쩌면 자신을 닮은 마음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구미호뎐〉은 그런 의미에서, 
단순히 눈요기용 판타지가 아닌, 마음을 어루만지는 현대 동화였다. 
외로움 속에서도 끝까지 기다릴 줄 아는 사랑, 
아픔을 품은 채 살아가는 존재들, 
그리고 결국 그 마음이 닿는 순간의 따뜻함. 
그 모든 것이 여운처럼 남는다.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밤하늘을 바라보며 이연이 지켜보던 세상 어딘가에 
아직도 그들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