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누구의 인생이건
신이 머물다 가는 순간이 있다.
당신이 세상에서 멀어지고 있을 때
누군가 세상 쪽으로 등을 떠밀어 주었다면 그건,
신이 당신 곁에 머물다 가는 순간이다.
불멸의 삶을 끝내기 위해 인간 신부가 필요한 도깨비,
그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 기억상실증 저승사자.
그런 그들 앞에 '도깨비 신부'라 주장하는
'죽었어야 할 운명'의 소녀가 나타나며 벌어지는
신비로운 낭만 설화.
감상평
어린 시절 전래동화에 나오는 도깨비는 다 도깨비방망이를 휘두르며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하면 온갖 금은보화가 쏟아지는
험상궂은 얼굴에 머리에 뿔이 쑥 돋아나 있는 아주 무서운 귀신 중에 하나였는데,
역시 김은숙 작가가 새롭게 만든 도깨비는 다르다.
완전히 도깨비의 기대를 벗어난 잘생기고 멋있는 도깨비다.
도깨비만 잘생기고 멋있는 게 아니라,
기억상실증이지만 휜칠하고 핸섬한 저승사자에
섹시한 삼신할미까지
우리가 아는 신들의 새로운 변신 모습이다.
정말로 그럴 수 있다면 죽을 때 이런 저승사자가 데리러 와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잠시 어이없는 생각을 해본다.
전생에 장군으로 살생을 많이 한터라
죽어도 죽지 못한 채로, 살아도 살지 못한 채로 살아가고 있는 도깨비 ‘김신(공유)‘
가슴에 검이 박힌 채로 그 검을 뽑아 줄 도깨비 신부를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가 어쩌다 살린 얻어걸린 인생 ’지은탁(김고은)’
도깨비가 살린 인생이어서 그런지 도깨비 신부로 어릴 때부터 귀신같은 못 볼 걸 보며 자랐지만,
조실부모하여 외롭게 자란 것치고는 야무지게 잘 자라주었다.
착하게 잘 자란 은탁이를 보며 친척 집에서 눈치 보며 자란 아이가
이렇게 착하고 공부도 잘하고 야무지게 자랄 수 있을까라는 생각하며
오늘도 나는 엄마라는 것을 깨닫는다.
도깨비와 저승사자(이동욱)의 동거 생활이라는 어이없는 조합이 담겨있지만
난 이 조합 대찬성이오.
볼수록 안구 정화가 되는 느낌이다.
성향이 정반대인 두 사람이 함께 살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전생에 적이었다.
저승사자는 기억상실이라 기억을 못 하고
도깨비는 저승사자의 어릴 적 모습만 보고 죽어서 나이 먹은 모습을 몰라 못 알아본 것이다.
어쩐지 둘이 친한 듯 계속 싸우고 있었다.
그리고 유덕화(육성재)는 모름지기 재벌 3세이면서 어쩜 이렇게 잘 자라주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깨비, 저승이, 유덕화 이 셋의 조합이 보는 눈이 참 즐거우면서도
캐미가 좋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저승이(이동욱)와 써니(유인나) 커플을 응원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돌아선 여자 마음을 쉽게 돌이 킬 수 없다. 있을 때 잘해야지.
시간은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옆에 있을 때 아주 귀한 손님처럼 잘해야 한다. 나중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모쪼록 여자는 자신을 사랑해 주고 다정다감하고 자상한 남자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저승이와 써니가 다시 만나면 저승이가 무조건 잘해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사람과 저승사자라는 다른 신분으로 뛰어넘을 수 없는 신분 차이였겠다.
쭉쭉 설레며 보다가 갑자기 나타난 파국이 때문에 깜짝 놀랐지만,
결정적으로 <도깨비>는 파국이‘김병철‘이라는 큰 배우를 각인시켜 준 작품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봤던 작품은 계속 주기적으로 찾아보는 편인데,
<도깨비>는 해피엔딩이라는 뻔한 마지막을 알면서도
겨울이면 찾게 되는 작품이다.
아마도 은탁이의 빨간 목도리와 도깨비 김신의 롱 코트 때문인 것 같다.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는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영상과 더불어
배우들의 듣기 좋은 목소리가 돋보이던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남자 배우들의 패션 센스가 아주 돋보였고,
무엇보다 OST가 너무너무 좋았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은 얼굴보다도 연기력과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이 작품은 눈을 감고 들어도 배우들의 목소리와 OST가 아주 잘 어우러진 작품인 것 같다.
이 작품을 보면서 실제로 신이 이렇게 가까이에서 나를 지켜주고 있다면
너무 든든한 생각이 들것 같고,
잠시 내 인생에 다행이었던 순간을 떠올리면서
그때 도와주었던 것일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당신이 세상에서 멀어질 때,
누군가 세상 쪽으로 등 떠밀어 준다면
그건 신이 당신 곁에
머물다 간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