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개
스물다섯 스물하나
1998년, 세상이 통째로 흔들리듯 불안하던 해,
스물둘과 열여덟이 만났다.
둘은 서로의 이름을 처음 불렀다.
스물셋과 열아홉이 되었고, 둘은 의지했다.
스물넷과 스물이 되었고, 둘은 상처를 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됐을 때, 둘은 사랑했다.
시대를 막론한 영원한 스테디셀러, 청춘.
비록 지금의 청춘이 입시와 스펙,
학자금 대출과 취준생 같은 이름으로
사회면에나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됐을지언정
나도 당신도, 모두가 청춘을 사랑한다.
청춘인 자들도, 청춘을 앞둔 자들도, 청춘을 지나온 자들도
하나 같이 청춘을 동경한다.
왜일까.
청춘이 매력적인 근본은, 남아도는 체력에 있다.
무언가를 좋아할 체력, 좋아하는 것에 뛰어들 체력,
뛰어들었다가 실패하고 좌절할 체력,
그 와중에 친구가 부르면 나가 놀 체력,
그래놓고 나는 쓰레기라며 자책할 체력.
유한한 체력을 중요한 일들에 신경 써서
분배할 필요가 없는 시절,
감정도 체력이란 걸 모르던 시절,
그리하여 모든 것을 사랑하고
모든 일에 아파할 수 있는 시절.
그 시절의 우정은 언제나 과했고,
사랑은 속수무책이었으며, 좌절은 뜨거웠다.
불안과 한숨으로 얼룩지더라도, 속절없이 반짝였다.
이 드라마는
'청춘물'할 때 그 '청춘'.
우리 기억 속 어딘가에 필터로 보정해
아련하게 남아있는 미화된 청춘,
우리가 보고 싶은 유쾌하고 아린 그 ‘청춘’을 그릴 것이다.
살벌하게 불태웠다 휘발되는 이야기 말고,
천천히 적시다 뭉클하게 새겨지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감상평
1998년
누군가의 반짝이던 시대이자
꿈을 꿀 수 있었던 시대.
또 누군가의 꿈을 뺏던 시대이다.
지금은 쉽게 핸드폰으로 만화도 보고 영화도 보지만
그 시절은 만화책과 비디오를 빌려보려고 기다리고,
내가 좋아하는 라디오로 사연을 보내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채팅을 하며 친분을 쌓아가던 낭만의 시대이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서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꽤나 반가운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이 시절에 IMF 때문에 한 집 건너 한집은 직격타를 맞고
사업이 망하거나, 회사가 부도나서 직장을 잃거나 둘 중에 하나인 아주 어려운 시대였다.
어려운 시절이었음에도, 학생이던 시절 슬러시 하나에 달콤함과 시원함을 함께 느끼고
아빠가 사 온 치킨 한 마리에 행복하던 시절이었다.
만화 책방에서 빌려 읽는 만화책 한 권과 귤 한 개 면 따뜻한 아랫목에서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그 시절을 온몸으로 견뎌 내고 있는 젊은이들이
꿈을 향해 가며 성장해 가는 이야기이다.
성인이라 어른인척하지만 아직 고등학교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애어른이면서
온몸으로 아버지의 사업 실패에 대한 아픔을 부딪치고 있는 백이진(남주혁).
그런 백이진이 힘들 때도 웃게 만들어주는 어이없는 여자아이,
고민이라고는 없어 보이지만 꿈을 향해 열심히 노력하는 나희도(김태리).
공부 잘하는 게 재능인데 꿈을 못 찾는 지승완(이주명).
가난하지만 꿈을 좇으며 가족을 어깨에 지고 사는 고유림(김지연).
7반 이쁜이 문지웅(최현욱).
난 문지웅이 너무 좋다.
함부로 한눈팔지 않는 지조와 높은 자존감, 탁월한 센스, 유려한 말발까지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시대적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응답하라 시리즈와는 좀 차이가 있다.
응답하라가 성씨 집안 딸내미의 남편 찾기가 주된 스토리라면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꿈을 향해가는 젊은이들의 성장과정을 담고 있다.
시대가 주는 시련과 각자의 사정으로 누군가는 꿈을 잃어버리고
누군가는 꿈을 향해 간다.
시대가 주는 시련과 역경을 이겨내고 삐뚤어지지 않고
올곧게 자란 청춘들을 응원해 주고 싶다.
그때 그 시절의 걱정이 그립다는 대사가 있는데,
이 대사가 아주 마음에 와닿았다.
그 시절 아주 하찮은 고민이 머릿 속에 가득했던 그때,
좋아하는 이성에 대한 고민, 같이 노는 친구에 대한 고민,
시험 성적에 대한 고민 등 당장 눈앞에 닥친 그런 작은 고민들이 괴롭히던 그때가
정말 좋았던 시절이었다.
젊은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지금 머릿속에 있는 고민들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지금 네가 하고 있는 고민이 인생의 전부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니 지금을 잘 버티라고 말해주고 싶다.
어른이 되어 생기는 고민은 정말 그때와는 다른 것 같다
지금 내 관점에서 보면 백이진도 아직 어린 청년에 불과한 것 같은데,
다른 아이들 보다 몇 살 더 많다고 너무 어른처럼 혼자 속앓이 하는 게 안타깝다.
그리고 어린 유림이가 가족을 어깨에 지고 사는 게 안타깝다.
엄마가 되어 보는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내가 아니라
내 자식들이 꿈을 잃지 않고 제 나이답게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보면 볼수록 나희도의 아이인 민채가 왜 백씨가 아니고 김 씨인지 계속 의문이 들지만
인연은 아니면 아닌 것이다.
10년을 만났다가도 헤어지고
한 달을 만나고 결혼하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모든 것은 타이밍인 것 같다.
그리고 역시 청춘 드라마답게 그 안에서 피어나는 사랑도 응원해 주고 싶다.
그때 그 시절, 그맘때만 할 수 있는 것 청춘들이 그걸 누렸으면 좋겠다.
청춘들이여,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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