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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영화

[경이로운 소문] 카운터펀치 소문났나요? / 조병규 김세정 염혜란 유준상 판타지 액션 드라마 추천 리뷰

by 꿀영구 2025. 4. 21.

출처:con

소개

 

악귀 사냥꾼 '카운터'들이 국숫집 직원으로 위장해 지상의 악귀들을 물리치는 통쾌하고 땀내 나는 악귀타파 히어로물

출처:tvn

감상평

<경이로운 소문>은 주변에서 재미있다고 추천해 주어서 보게 되었다.
처음 이 드라마 제목을 들었을 땐, 사실 조금 웃음이 났다. 
‘경이로운 소문’이라니, 도대체 무슨 소문이길래 싶었는데, 
주인공 이름이 ‘소문‘이였고 소문이가 경이로워지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원작이 웹툰이라는 것도 들었다. 
그래서 웹툰을 먼저 보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진지하고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다시 드라마를 보기로 했다. 그런데 첫 회를 보기 시작하자마자, 
나는 이 드라마에 쏙 빠져버렸다. 
판타지적이면서 지금 우리가 잊고 있던 ‘정의’에 대해 꽤 진지하게 묻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공 소문(조병규)은 다리를 저는 고등학생이다.
부모님을 사고로 잃고, 다리를 절면서 조부모와 살아가는 평범한 소년. 
그런데 우연히 ‘저승’에서 힘을 받아 카운터가 된다. 
다시 두 다리로 걷고 싶어서 얼떨떨한 채 시작한 여정이지만, 그는 점점 이 일에 진심이 된다. 
단순히 악귀를 물리치는 것이 아니라, 
세상 어딘가에서 억울하게 사라져 간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신 내주는 존재로 성장해간다.
처음에는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구하고 싶어서 강인한 힘을 내게 되었었는데,
그런 정의롭고 착한 마음을 가지고 성장해 가는 그 성장의 과정이 마음을 흔들었다. 
내성적이고 상처 많은 아이가 세상과 마주하는 모습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삶의 일면이기도 하다.

<경이로운 소문>의 배경은 평범한 동네 국숫집이다. 
사람들은 그저 국수를 맛있게 먹고 가는 줄 알지만, 
그곳 직원들은 사실 ‘카운터’라 불리는 악귀 사냥꾼들이다. 
무거운 진실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상처를 이겨내며 다시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는 설정이 참 좋았다.

아들을 잃고, 친구를 잃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가족을 잃고 죽을뻔한 이들은 
모두 혼수상태에서 살아나지 못하는 것이었는데, 
죽지 않고 살기 위해, 사랑하는 이들을 다시 만나기 위해
하늘의 융인들의 선택을 받아 카운터 되어 악귀를 물리치며 살아간다. 
카운터들은 그들과 정신적으로 이어져 있어
카운터가 죽으면 연결되어 있는 융인 또한 죽는다.
그리고 카운터마다 가지고 있는 능력이 다르다.

가모탁(유준상)은 힘과 스피드,
추여사(염혜란)는 치유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도하나(김세정)는 기억을 읽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처음엔 차갑고 무심해 보였지만, 과거의 아픔이 드러나면서 점점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 
그녀가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고통을 공유할 때,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곤 했다. 
감정을 나누는 일이 이렇게 벅찬 일이구나, 새삼 느꼈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계속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세상은 착한 사람들에게 이렇게도 가혹할까. 
피해자는 항상 목소리를 잃고, 가해자는 떵떵거리며 살아간다. 
경찰도, 법도, 사회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장면들 앞에서 답답함을 느끼지만, 
그 틈을 파고든 이들이 바로 카운터들이다.

드라마는 현실을 아주 정확하게 담고 있다. 
그리고 그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 보게 만든다. 
억울함, 분노, 상실, 그리고 복수. 
그 감정들이 단순히 ‘악’으로 표현되지 않고, 
사람들의 깊은 상처에서 비롯된 감정이라는 걸 짚어주는 것이 참 좋았다.

<경이로운 소문>은 거대한 영웅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국수를 팔고, 시장 골목을 걷고, 버스를 타는 평범한 사람들이 만든 이야기다. 
하지만 그 속에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용기, 정의, 그리고 연대가 담겨 있다.

이 드라마를 보는 동안, 나는 ‘우리 동네에도 카운터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자주 했다. 
누군가 부당하게 당하는 순간, 아무도 모르게 달려와주고, 조용히 해결해 주는 그런 사람들. 
그럼 좀 더 살만한 세상이 될 텐데,
물론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겠지만, 이 드라마는 그런 ‘가능성’을 마음속에 심어줬다.

시즌 2까지 이어진 이야기는 점점 더 커지고, 
악귀들의 존재도 더 강력해졌지만, 
내가 이 작품을 좋아하게 된 건 결국 사람들 때문이었다. 
시즌 2에서 필광은 악귀였지만, 왠지 엄청 밉다거나 싫지 않았는데,
역할을 맡은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강기영 배우여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시즌 1에서 나온 지청신(이홍내)도 처음부터 악귀는 아니었다.
아빠라고 믿었던 사람에게 이용당한 안타까운 아이일 뿐이었는데,
결국 악귀가 되어버렸다. 
어쩌면 악귀를 만드는 것도 다 사람이 아닐까.

<경이로운 소문>에서. 카운터들이 서로를 위하고, 손 내밀 줄 알고, 아픔을 껴안는 방식이 너무 따뜻했다.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함께하려는 마음. 
그 마음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힘이었다고 생각한다.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도 소문과 카운터들의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경이로운 소문>은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곁 어딘가에 누군가의 아픔을 함께 짊어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은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