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미생>:바둑에서, 집이나 대마가 아직 완전하게 사라 있지 않은 상태.
완생의 최소 조건인 독립된 두 눈이 없는 상태를 이른다.
바둑이 인생의 모든 것이었던 장그래가 프로입단에 실패한 후, 냉혹한 현실에 던져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감상평
"나아가지 못하는 길은 길이 아니다.
길은 모두에게 열려있지만
모두가 그 길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생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드라마이다.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웹툰 보다 드라마를 먼저 봐서 좀 더 울컥한 마음으로 보게 된 것 같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하든지 이렇게나 열정적으로 모든 것을 걸고 한 적이 있나 싶다.
그들을 보면 그렇다.
회사라는 커다란 조직 안에서는 그들이 지켜야 하는 틀이 존재하고
그 커다란 조직 안에 소속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하는 것인지
그렇게나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어떤 사람은 가정을 지키기 위해 책임감 있게 최선을 다하고,
어떤 사람은 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또 누군가는 그 틀 속에 속하고 싶어서 최선을 다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바둑과 열심히 하는 것 밖에 모르는 장그래(임시완)가
처음 사회에 나와 아빠 양복 입고 헤매는 모습이 짠하기도 하면서
예전 처음 사회에 나왔을 때 나의 모습이 생각이 났다.
아무것도 모르고 어쩔 줄 몰라 하던 내 모습, 사회 초년생 때 말이다.
누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알려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사회 처음엔 무조건 선배를 잘 만나야 한다.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장그래는 본인이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지금 뒤처졌다고 생각해서 지금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노력한다.
남들과 다르게 입사한 장그래가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노력하는 것뿐.
노력의 양과 질이 다른 장그래다.
그런 장그래에게 일을 가르쳐 주고,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다.
그런 장그래에게 나타난 오상식(이상민)과장 진정한 선배의 면모를 보여주다고 생각한다.
물론 처음에는 장그래를 못마땅해했지만 낙하산 타고 온 장그래를 이뻐 할리 만무했다고 생각하고,
장그래 입장에서는
“오상식 과장이 나를 우리 애라고 불러 주기 전에는 나는 한낱 낙하산에 지나지 않았다.“
일 것 같다.
장그래에게 소속감을 심어주고, 일하는 방법을 알려준 사람이 오상식 과장이다.
오리는 태어나서 처음 본 것을 어미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알에서 깨어나 사회에 첫 발을 내밀었을 때 보게 된 어미 새를 잘 따를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팔기 싫은 놈한테 물건을 파는 진정한 상사맨이 될 것이다.
장그래가 원인터에 낙하산으로 입사하는 것에 대해서
실제로 그렇게 큰 회사에 다들 엄청난 스펙으로 입사하는데 낙하산으로 입사하다니
정말 만화가 아니고서야 현실적으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불평등한 입사에는 불만이 생기기 마련이다.
주인공인 장그래 입장에서 보면 불쌍하다고 생각이 들 수도 있으나
나이가 먹고 보니 이건 불공정한 부분에서 기분이 나쁜 다른 인턴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이 먹고 배울 만큼 배웠다고 하는 엘리트들이 유치하게 사람 따돌리고 못되게 구는 건 참 못나 보인다.
그런데 다 얼마나 엘리트 면 러시아어에, 영어에, 중국어에 능통하고
엄청난 PT를 할 수 있는 것일까, 고작 20대 중후반인 것 같은데 말이다.
나는 20대 중후반에 무얼 했나 새삼 떠올려 보니 갑자기 부끄러워진다.
퇴근하고 같이 한잔할 수 있는 직장 동료가 있는 직장을 다닐 수 있을 확률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일단 그런 직장이 있어야 하고, 또 마음 맞는 동료가 있어야 하니까.
사회생활 십 년 넘게 해 본 나로서도 그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처음 <미생>을 봤을 땐 전혀 보이지 않았던 워킹맘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되었다.
일과 아이, 사회생활과 육아 누가 그것을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을까.
나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일을 병행하기 힘들어졌다.
그래서 육아를 선택했지만 그게 나의 선택이었을까 하는 의문은 아직도 남아 있다.
그래도 후회가 남아 있지 않게 오늘을 살아야겠다.
<미생>은 내가 좋아하는 사랑 이야기도 아니고, 코미디도 아니다.
그렇다고 눈물을 흘리면서 보게 보게 되는 신파도 아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슴 한쪽이 뭉클해지고 애잔해지는 것은
이것은 우리의 이야기 일 수도 있기 때문 아닐까 싶다.
최선을 다한다고 후회가 남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정답은 없으니까,
그렇다면 덜 후회하도록
장그래처럼 최선을 다해보자.
이 시대의 미생들이여 오늘도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