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일도 연애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스물아홉 ‘자영’(전종서).
전 남친과의 격한 이별 후 호기롭게 연애 은퇴를 선언했지만 참을 수 없는 외로움에 못 이겨 최후의 보루인 데이팅 어플로 상대를 검색한다.
일도 연애도 호구 잡히기 일쑤인 서른셋 ‘우리’(손석구). 뒤통수 제대로 맞은 연애의 아픔도 잠시
편집장으로부터 19금 칼럼을 떠맡게 되고 데이팅 어플에 반강제로 가입하게 된다.
그렇게 설 명절 아침! 이름, 이유, 마음 다 감추고 만난 ‘자영’과 ‘우리’. 1도 기대하지 않았지만,
1일 차부터 둘은 서로에게 급속도로 빠져들게 되고 연애인 듯 아닌 듯 미묘한 관계 속에 누구 하나 속마음을 쉽게 터놓지 못하는데...
이게 연애가 아니면 도대체 뭔데? 발 빼려다 푹 빠졌다!
감상평
어느 순간부터 연애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지고
좋아한다는 감정은 여전히 존재하는데,
연애라고 말하면 뭔가 책임져야 할 것 같고,
기대에 부응해야 할 것 같고, 결국엔 상처로 끝나버릴 것 같아 겁이 났다.
연애 빠진 로맨스는 그런 예전의 나를 들여다보듯이 시작됐다.
영화 속 인물들이 마치 내 마음을 먼저 알아챈 듯, 너무 익숙한 말들을 툭툭 내뱉는다.
그리고 나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대화에, 그들의 관계에,
그리고 그들이 겪는 감정에 끌려 들어갔다.
자영(전종서)은 본인이 세컨드였던 실연의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술김에 랜덤 데이팅 앱에 가입한다.
정말 나쁜 건 자영을 이용한 그놈인데,
왜 자영이가 슬픈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연애란 더 좋아하는 쪽이 더 아프고 슬프고, 애달파진다.
그래서 자영은 연애가 아니라, 그냥 외로움의 대리인 같은 관계를 원한다.
그런 자영 앞에 나타난 ‘우리’. 이름부터 어쩐지 운명처럼 들리는 이 남자는,
자영과는 완전히 다른 이유로 앱에 들어오게 된다.
우리(손석구)는 출판사에서 일하는 작가다.
회사에서 갑작스럽게 ‘섹스’에 관한 칼럼을 써야 하는 상황이 생기고,
그는 자료조사를 명목으로 앱에 가입한다.
처음엔 업무의 일환으로 시작된 일이었지만,
직접 앱을 경험하면서 예상치 못한 감정의 물결에 휘말리게 된다.
그저 업무용 ‘케이스 스터디’였을 뿐인 만남이,
자영이라는 인물을 통해 진짜 감정의 영역으로 번지게 되는 것이다.
처음엔 아무 기대도, 아무 의도도 없었던 만남이 점점 복잡한 감정으로 변해간다.
서로를 찾은 이유는 달랐지만,
결과적으로 두 사람 모두 어느 정도는 허전함을 품고 있었다.
자영은 거침없고 자유로워 보이지만,
사실 사랑에 대해 깊은 상처를 가진 사람이고,
우리는 무심한 척하지만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해 도망쳐 온 인물이다.
섹스 칼럼이라는 업무가 만들어낸 만남이지만,
그 안에서 오가는 말과 감정은 점점 진지해진다.
어쩌면 가장 가벼운 의도였기에, 더 솔직해질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둘의 관계는 분명하게 정의되지 않는다.
썸이라고 하기엔 깊고, 연애라고 하기엔 어정쩡하다.
요즘은 다 이렇게 연애 하나 싶다.
그런데 그 어정쩡함이 오히려 진짜 현실 같다.
요즘 사람들은 사랑을 말하기보다, 실망을 먼저 준비한다.
미리 방어하고, 미리 의심하며 관계의 가능성을 낮춘다.
이런 말 하면 꼰대 같겠지만, 나 때는 사귀자고 말을 안 하면 안 사귀는 거고
말로 꼭 사귀자고 해야지 사귀는 거라고 생각을 하는 그 어떤 약속 같은 게 있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좀 더 다양하게 만남을 가지는 것 같다.
아무튼, 기대를 줄이면 실망도 덜하다는 계산은 맞지만,
마음이란 게 그렇게 쉽게 계산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문제다.
결국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고, 그 사람이 사라질까 봐 불안해진다.
영화는 그런 심리를 조용히, 하지만 꽤 날카롭게 파고든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자영이 말없이 눈물을 삼키는 순간이다.
아무렇지 않은 척 말하지만, 마음속엔 말 못 할 슬픔이 가득하다.
그 오해와 어긋남 속에서 두 사람은 잠시 멀어지지만, 결국엔 다시 돌아보게 된다.
서로가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아니라는걸,
지금 이 감정이 단순한 외로움의 산물이 아니라는 걸 조금 늦게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만남을 이어 가기 위해서는
찾아가야 한다는 걸 몸소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직접 찾지 않으면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연애 빠진 로맨스는 말하자면 아주 특별한 로맨스 영화는 아니다.
화려한 장면도 없고, 드라마틱한 반전도 없다.
하지만 그게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우리의 일상처럼 평범하고, 우리가 겪는 감정처럼 진짜라서 더 마음에 오래 남는다.
연애를 꿈꾸지 않아도, 사랑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결국 우리는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은 존재라는 걸 영화는 조용히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말한다.
연애는 귀찮아도, 결국 우리는 사랑을 원한다고.
무의미한 대화 속에서도 진심이 스며들고, 무심한 듯한 관계 속에서도 마음이 자라난다고.
그게 바로 사랑의 방식이라고 말이다.
당신이 지금 사랑을 포기하려는 마음이라면,
혹은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서 지쳐 있다면 이 영화를 한 번 만나보길 바란다.
한때 사랑을 믿었고, 지금은 그 마음을 숨기고 살아가는 당신에게 이 영화는 아주 조용히 말을 걸 것이다.
‘괜찮아, 너만 그런 거 아니야’라고.
그리고 나도 아직 사랑을 하고 싶다고 나긋하게 말을 건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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